240103

     

    사실 석사과정을 돌아보기엔, 아직 완전히 끝난건 아니지만 .. 

    강렬했던 오늘을 지나.. (아마도) 이번주에 졸업을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다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참 .. 2년이란게 인생을 두고 봤을 때,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이겠지만

    최근의 힘들었던 2.5년이었고... 나를 심적으로 망가뜨리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나의 긴 삶에서, 이 시점이 나의 가장 초라한 모습이었으면 좋겠고,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뭔가 길게 썼는데 길게 길게 풀어나가는 건 적성도 아니고,

    내가 읽어도 내 글이 재미가 없다. 

    그래서 그냥 간단히 아무 생각 없이 써보려 한다.

    나는 석사 과정이 힘들었다. 

    사실 공부를 하고 그걸로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건 재미있었는데,

    각종 프로젝트 관련 잡일 + 매 주 내 연구 방향에 대한 질책 + 슬쩍 무능력하다고 암시하기 이게 제일 힘들었다.

     

    나의 학부랑 연구실 소속 학과도 달랐고, 

    연구 주제도 퍽 다른 주제에, 내 위로 선배가 없어서 (중간에 다 나감..)

    정말 아무 것도 모르는데, 논문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조차 모르는 

    모르는게 뭔지 모르는 상태였다. 

     

    그런데 지도교수님의 기대는 항상 내 역량보다 높았고,

    나는 항상 그를 실망시켜왔다.

    내가 A를 해오면 B를 바랐고, B를 해오면 왜 A+B를 하지 않았냐며 다그쳤다.

    모르겠다. 소통의 문젠지 교수의 문젠지 나의 문젠지 .. 

    나한테는 그냥 매주 바뀌는 나침반 같았다. 

    내가 5일 안에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이면, 

    교수님은 항상 3일 안에 가능할 거라며 시키고

    나는 밤을 샜지만 어쨌든 3일안에 못했던 경우가 많았다.

    그럼 데드라인을 지키지 않는 한심한 사람이 되는거지 .. 

     

    그래도 말씀해 주신게 도움을 주려는 의미니까 하면서

    하라는거 내 나름대로 해보고, 적어도 농땡이는 안쳤다.

    맨날 해질 때 들어가고.. 밤새고.. 

    내 석사 기간 실적이 아니라 노력만 생각한다면 나는 부끄럽지 않게 보냈다 생각한다.

     

    그런데 매 주 두 번씩 들었던 혹평이 나를 갉아먹었다.

    더 이상 즐거운게 없었고, 알고 싶은 게 없었다. 

    뭘 해도 혼나니까.. 뭘 해도 이 부분이 모자라니 내가 이번주에 한 것은 쓰레기가 되니까.. 

     

    내가 잘 하지는 못해도 그래도 연구실을 위해 열심히 헌신해 왔다고는 생각한다.

    나름 두 개의 프로젝트 리더를 하면서, 그걸 위해 발표도 하고, 자료도 만들고 ... 

    근데 다른 동기에게 지도교수님이

    "00는 졸업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부려먹어야 해. 그 이후에는 못 써먹으니까"라고 말했다.

    나는 그때 프로젝트 발표를 위해 밤을 새고 있었는데..

    좀 상처였다. 연구가 아니라 잡일 처리꾼으로 대충 써먹다 버리겠다는 것 같아서.

     

    - 한 게 없어서 졸업을 한학기 미루게 하셨다. 그런데, 주제 선정한지 한달, 연말까지 4개월 밖에 안남았는데

        다른 친구의 연구를 돕게 시키면서 '네 연구는 쉬워서 충분히 그 안에 실험이랑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면서 개발만 시키고 그랬다.

     

    - 디펜스 이후에는 뭐가 그리 마음에 안드셨는지, 다른 교수님들은 좋았던 것 같은데 

     내 연구는 연구가 아니고 개발 뿐이며, 가치 없다 하셨다. 

     그러니까, 그런 쓸데 없는데 시간 쏟지 말고 다른 친구 연구나 도우라고 했고, 그마저도 contributor로 할 수 없다고 하셨다. (문제 해결이 아니라 실험을 위한 셋팅이라서)

     

    - 그러고 졸업 논문 작성 동안 트러블이 있어서

    (제본 데드라인 마지막 저녁 까지 붙잡으셔서, 자퇴 절차 알아보고 자퇴하겠다 했다.

    솔직히 거기 한학기 더 있다간 자살 할 것 같았다.)

     

    - 그 이후에는 매 주 있는 랩 미팅에서 공개적으로 모욕하고, 

    내가 돕는 연구가 느려지는 탓은 모두 다 나의 탓이라고 했다. 

    개인 미팅에서는 주제넘는 짓 하지 말라며 면전에 종이 더미를 던졌다. 

    비참했다. 

    과제 때문에 억지로 졸업 준비와 함께 국내 학회 준비를 했지만, 

    그 이후에 포스터 준비하라고 학회 측에 연락이 왔지만, 

    교수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철회 시켰다.

    음.. 그 논문은 도대체 누굴 위한 것이었을까? 

     

     

    - 졸업식 이후에 반강제적으로 국내 학회에 참여했다. 

    거기 회식에서 여학생들이 있어야 연구실에 남학생들이 많이 들어온다느니, .... 

    음 뭐 그런 말을 해서 오히려 동료들이 나를 경계하고 친해지기 어려웠다는 것을 알까?

     

    - 그리고 졸업식 이후 2월의 마지막 날까지 출근하며 연구실 잡일 - 프로젝트 보고서 작성 - 을 했다. 

    그동안? 돕는 친구를 위해 거의 매일 밤샜던 것 같다. 나는 취준했었어야 했는데, 

    준비할 기력도 멘탈도 없어서 일만 하다 보냈다.

     

    그리고 이 시점에 굳이 이 글을 공개로 돌린 이유 ... 

    난 조금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다. 

    이전보다 과거의 이야기를 할 때 너무나도 쉽게 무너져 내리고(울고)

    연구실 후배들이 좋은 평을 할때마다 조금 힘들다.

     

    그럼 나는 

     

    [석사 과정에서 얻은 것]

    전공 도메인 지식

    멘탈? 

    인연의 중요성 .. 

    인성의 중요성

    인간 불신

     

    [석사 과정에서 잃은 것]

    정신건강 

    체력

    열정

    Posted by cold-young